일본 팬 트윗에 ‘3년 후 요미우리행’ 예상 눈길
이대호를 ‘괴물’ 넘어서는 ‘도깨비’로 인정하고
거구 선입견 깨는 ‘여름 사나이’ 활약에도 주목
일본 언론은 ‘진짜 아시아의 대포’ 될 것 예상
<이대호 선수가 14호 홈런을 친 다음날 야후재팬의 실시간 트윗 모습을 캡처한 화면입니다. >
“아마도 3년 후에는 적어도 교진(巨人)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 거다.”
오릭스 버팔로스의 ‘빅보이’ 이대호(30)가 7월 8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올린 이튿날 한 일본 야구팬의 트윗입니다.
이 팬은 “오프시즌에 에드가 곤잘레스와 계약하지 않고 이대호의 교진행 쪽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후속 트윗도 올렸습니다.
이 일본 야구팬은 이대호가 장차 요미우리 자이언츠(별칭은 교진)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겁니다. 이게 무슨 엉뚱한 얘기일까요? 일본에 진출해 오릭스 버팔로스의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을 뛴지 이제 겨우 4개월째인 데 말입니다.
‘뜬금없는 얘기’? …요미우리 역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이 트윗에서 언급하고 있는 에드가 곤잘레스(34)는 2년만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복귀한 멕시코계 미국인 내야수입니다. 지난 5월 14일부터 주로 1루수로 뛰고 있습니다. 7월 14일 현재 34경기에서 2홈런 15타점 타율 0.29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일본팬이 트위터에 올린 트윗은 언뜻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뜬금없는 얘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상당부분 납득할 만한 여지가 있는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근거는 무엇보다 현재의 성적표입니다.
이대호는 7월 14일 현재 79경기에서 284타수 84안타로 타율 0.29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퍼시픽리그 홈런 1위(15개)와 타점 1위(55개)로 타격부문 2관왕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오릭스의 믿음직한 간판타자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일본프로야구 톱클래스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일본프로야구사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항상 최강의 ‘무적군단’을 꾸릴 수만 있다면 돈과 권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왔습니다. 팀의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얼마가 들든 간에, 어떤 비난을 감수하든 간에 주저하지 않고 전력투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미우리, 2000년대 들어 거물타자 거의 싹쓸이 영입 경험
특히 FA자격 획득을 위한 기간이 긴 일본인 선수들과 달리 계약기간이 짧고 계약조건도 상대적으로 훨씬 덜 까다로운 외국인선수의 영입에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일본인 FA거물들도 집중적인 영입 타깃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만 봐도 그같은 경향은 확연했습니다. 내로라하는 외국인선수들이 대부분 결국에는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타선의 핵으로 활약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는 2008~2009시즌에 우리나라 LG에서 활약하기도 한 타자입니다.
또 2004~2005년 지바 롯데에서 뛴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해 2010년까지 활약했고, 2001~2007년 야쿠르트에서 유쾌한 활약을 펼쳤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알렉스 라미레스는 2008년에 요미우리로 이적한 뒤 지난해까지 뛰고 올해 요코하마DeNA로 이적했습니다.
타자뿐만아니라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최다승(19승) 투수가 됐던 미국 출신의 데니스 홀턴도 올해부터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선발의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FA시장에 나오는 일본인 선수들도 끊임없이 요미우리행
외국인선수 뿐만아니라 니혼햄에서 활약하던 ‘안타제조기’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2007년부터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고, 소프트뱅크의 간판타자인 고쿠보 히로유키도 2004에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뒤 2007년 현 소속팀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퍼시픽리그 최고의 왼손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스기우치 도시야도 올해부터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내 다른 팀에서 날리던 최정상급의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이외에 선택하는 팀이 바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입니다. 톱클래스 선수라면 요미우리는 누구든지 데려오기 원하고, 선수들 역시 최고의 조건과 명성을 제공하는 최강팀에서 플레이하기 원합니다.
이대호는 입단할 때 오릭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요미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당장 올시즌 후에 이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지금처럼 활약한다면 트윗의 내용처럼 3년이내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럴 경우 오릭스로서도 이대호 선수를 놓지않으려 할 것이고 이대호 선수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이대호 선수가 펼치는 ‘비범한 활약’이 섣부른 예상 낳아
아직은 일부 팬의 섣부른 주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처럼 일본진출 초반부터 요미우리 이적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대호 선수가 보여주는 비범한 실력의 파급효과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케모노(化物)’네요. 3관왕 정말 가능할 듯하네요.” “홈런 멀티히트야. 거구인데도 ‘나츠오토코(夏男)’, 믿기 어렵네요.”
지금 언급한 코멘트들은 지난 7월6일 라이브도어의 ‘구속쿠’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것들입니다. 물론 이대호에 대한 찬사의 글들입니다.
칭찬하는 말들이 더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코멘트를 선택한 이유는 ‘바케모노’와 ‘나츠오토코’라는 단어가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대호가 ‘요술’을 부리나? ‘바케모노’ 단어 인상적
‘바케모노’는 우리말로 하면 ‘도깨비’입니다. 이대호가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어떤 선수가 잘 한다고 해도 ‘바케모노’라는 단어는 웬만해서는 쓰이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출중한 선수를 언급할 때 주로 ‘괴물’이라는 뜻의 ‘가이부츠(怪物)’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바케모노’는 ‘가이부츠’가 진화하면서 도달할 수 있는 더 높은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해 첫해부터 선전하고 있는 일본인투수 다르빗슈 유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한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ダルビッシュ投手 怪物から化け物へ ’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번역하면 ‘다르빗슈 투수 괴물에서 도깨비로’라는 제목입니다. 다르빗슈가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차원이 다른 피칭을 선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바케모노’라는 말은 대부분 기술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선수에게 사용합니다. 일본 팬이 이대호의 타격기술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대호, 거구는 더위에 약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있다
또다른 단어는 ‘나츠오토코(夏男)’입니다. 그냥 번역하면 ‘여름 사나이’입니다. 그런데 ‘나츠오토코’를 일본 온라인사전에서 찾아보니 ‘여름 더위를 위해 여윈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마른 사람이 더위에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대호는 선수명함에 보면 194km, 130kg의 거구입니다. 이 때문에 이대호가 여름이 되면 고전할 거라고 예상한 일본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대호는 여름이 되면서 더 펄펄 날고 있으니 ‘믿기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겁니다. 일본팬들의 선입견과 편견을 날려버리고 있는 겁니다.
일본매거진, “이대호가 유망투수를 어린애 취급했다”
그렇다면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대호가 이처럼 ‘찬사 이상의 극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홈런과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종합스포츠매거진 ‘넘버’의 인터넷판이 지난 6월 이대호와 관련해 게재한 기사는 중요한 해답을 줄 수 있을 듯합니다. “오릭스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대호는, 진짜 ‘아시아의 대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6월2일 오릭스와 요미우리간의 교류전(인터리그)에서 펼쳐진 지난해 신인왕 투수 사와무라 히로카즈(24)와 이대호의 대결 결과를 필두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타이밍 맞으면 구종과 코스 상관없이 공략한다”
“모두, 간파하고 있는 듯했다.” 이 기사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는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맘껏 방망이를 휘둘렀고 선발 사와무라에게는 3타수 3안타를 빼앗았습니다.
이대호는 사와무라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서는 초구를 쳤지만 첫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를 지켜본 뒤 직구를 공략했습니다. 센트럴리그를 대표하는 유망투수를 무참히 두들긴 겁니다.
경기 후 이대호는 “나는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을 치는 타입이 아니다. 타이밍이 맞고 구종이 맞으면 볼이라도 충분히 칠 수 있다. 사와무라라는 투수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젊은 투수 중에서도 좋은 투수라고. 그러나 상대 투수보다 내 컨디션이 더 좋았다. 적극적인 기분으로 타석에 서 있으니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대호의 여유와 자신감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오카다 감독, ‘이대호는 단순한 파워히터 아니다’
이 기사는 이대호의 매력을 ‘단순한 파워히터가 아닌 점’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대호가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린 5월22일 한신과의 교류전 후 “(이대호는) 개막하고 나서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고전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금은 스트라이크존에도, 상대의 공격패턴에도 익숙해 지고 있다. 개막 당시와 비교하면 생각하는 배팅이 되고 있다. 직구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공을 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대응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의 최대 강점이 ‘단순한 파워히터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고 합니다. 몸쪽공을 당겨칠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센터 방향을 축으로, 우중간부터 좌중간의 45도 공간에 안타와 홈런존을 형성한다는 겁니다. 직구를 편식하지 않고 변화구도 동일하게 쳐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오릭스의 미즈구치 에이지 타격코치도 “(이대호가) 개막했을 때는 고전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은 일본 야구에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럽게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이기 때문에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순응하는 능력이 지금까지의 선수와는 다른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온 ‘진짜 대포’가 일본야구 석권하는 ‘그날’이 올 듯
이 매거진 기사는 일본야구에서 뛰고 돌아온 이승엽과 김태균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둘은 일본진출 이전의 평가와는 달리 ‘아시아의 대포’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간파하고 사와무라를 마치 어린애 취급한 이대호의 타봉(打棒)은 더욱더 매서움을 더해 가고 있다”며 “한국에서 온 ‘진짜 대포(本物の大砲)’가 일본야구계를 석권할지도 모른다”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관통하는 주제라면 ‘이대호는 좋은 타자 이상의 비범한 타자’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의 서두에 일본 야구팬이 말한 ‘바케모노(도깨비)’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대호가 넘버의 기사처럼 자타가 인정하는 ‘아시아의 대포’로서 일본프로야구에 큼지막한 족적을 남기고 돌아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러한 활약의 과정에서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일본 최강의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타자로서도 광채를 발하는 이대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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